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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초록빛이 언덕을 가득 메우는 계절, 우리는 봄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전라북도 고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매년 4월 중순이면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린다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 아직 SNS 피드에서만 보던 그 광경을 직접 두 눈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서울에서 새벽 일찍 출발해 도착한 고창은 여느 봄날과는 달랐다. 공기부터 초록빛이 감돌고, 들판은 이미 자연이 만든 거대한 물결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청보리밭과 첫 만남 - 유럽풍 풍차와 초록 언덕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풍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수십만 평에 달하는 청보리밭은 마치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유럽 스타일의 커다란 풍차가 우뚝 솟아 있었다. 봄바람이 불 때마다 보리밭은 잔잔한 물결처럼 흔들렸고,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풀 내음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아이는 “초록 바다가 살아 있어요!”라며 감탄했고, 우리는 그 순간부터 하나하나 모든 것을 기억에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포토존 정복 - SNS 감성 가득한 명소들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포토존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역시 풍차 아래 위치한 나무 그네. 아이와 번갈아 앉아 그네를 타며 사진을 남겼고, 초록 배경 속에서 웃는 얼굴은 그대로 엽서가 되었다. 이어서 찾은 ‘노을 언덕’은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세우고 일몰을 기다리는 곳으로, 저녁 무렵 붉은 햇살이 청보리 위로 드리울 때는 정말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다른 포토스팟으로는 바람개비 정원, 트릭아트 벽화, 청보리 미로길 등이 있었고, 모두 각기 다른 분위기로 색다른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산책로와 억새길 - 걷기만 해도 힐링
보리밭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는 초록빛 사이를 천천히 걷는 즐거움을 준다. 억새와 청보리가 함께 어우러진 길을 걸으며, 그저 ‘걷는 것’ 자체가 휴식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중간중간 나무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피곤하면 쉴 수 있고, 곳곳에는 작은 표지판으로 이 길의 이야기와 의미를 알려주었다. 아이는 포켓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바람개비를 찍고, 벌을 따라가고, 들꽃을 줍기도 했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었다.
로컬푸드 탐방 - 고창 맛 여행
걷다 보니 슬슬 허기가 밀려와 먹거리 구역으로 향했다. 축제장에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다양한 로컬푸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우리가 가장 먼저 선택한 건 고창 수박 주스. 한 컵 가득 담긴 수박 주스를 들고 마시는 순간, 봄 햇살과 수박의 달콤함이 입 안에서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먹은 풍천장어꼬치, 한과 세트, 수제 도넛 모두 재료의 신선함과 정성이 느껴졌다. 특히 수제 도넛은 갓 튀겨낸 따끈한 반죽과 은은한 단맛이 아이 입맛에도 딱이었다.
체험 프로그램 - 보리 밟기부터 밀짚모자 만들기까지
먹거리만큼 기억에 남았던 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보리 밟기 체험. 맨발로 보리밭에 들어가 푹신한 흙을 느끼며 걷는 체험은 도시 생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색 경험이었다. 아이는 “발 밑이 부드럽고 시원해!”라며 신나게 뛰어다녔고, 주변 관람객들도 함께 웃으며 즐겼다. 이어 참여한 밀짚모자 만들기는 손으로 직접 재료를 엮어 모자를 완성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집중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 아이와 함께 차분히 앉아 만들며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완성된 모자는 바로 쓸 수 있었고, 기념으로도 손색없었다.
기념품과 마무리 풍경 - 봄날의 추억을 담다
기념품 부스에서는 고창 특산물인 복분자주, 청보리잼, 전통 엽서, 캐릭터 인형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는 부모님께 드릴 복분자 음료 세트와, 아이가 좋아한 청보리 캐릭터 인형을 구입했다. 판매자분은 “올해는 SNS 타고 젊은 방문객이 많아졌다”며 고마워했고, 인스타그램 인증 시 할인 혜택도 제공해주는 센스도 있었다.
해질 무렵, 우리는 축제장 언덕 꼭대기 풍차 옆에 자리를 잡았다. 저 멀리 붉게 물드는 하늘과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청보리밭, 그리고 그 위로 천천히 불어오는 바람. 말없이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건 사진보다 마음에 남길 순간이다.’
감성과 자연이 어우러진 최고의 봄 여행지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단지 꽃을 보거나 사진을 찍는 공간이 아니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고, 걷고 먹고 체험하며 ‘봄이 온다’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해준 축제였다. 가족 나들이, 연인 데이트, 혼자만의 여행 모두에게 완벽한 장소였고, 우리 가족은 올해 가장 따뜻한 하루를 이곳에서 보냈다. 고창 가볼만한 곳을 찾고 있다면, 그리고 마음을 쉬게 할 여행지가 필요하다면, 이 청보리밭은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은 봄의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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