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후기 및 체험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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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5. 6.

    by. 지역축제후기 및 체험정보

    목차

       

       

      3월 셋째 주,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깃든 날. 우리는 오랜만에 계절을 먼저 만나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꽃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면 전국의 봄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그곳이다. 아침 일찍 출발한 고속도로 위에는 아직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구례에 도착한 순간 계절이 완전히 바뀐 느낌이었다. 온 마을이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하늘조차 더 푸르게 보였다.

      산수유꽃과의 첫 만남 - 사랑공원에서 시작한 노란 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산수유사랑공원’이었다. 축제의 중심이 되는 이곳은 포토존과 공연장, 체험부스, 먹거리 존 등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으로, 이미 아침부터 인파가 북적였다. 공원 입구에는 커다란 산수유꽃 조형물이 방문객을 반겼고, 따뜻한 국악 선율이 공기 속에 흘렀다. 아이는 “여기 진짜 꽃나라야!”라며 들뜬 표정으로 뛰어다녔고, 우리는 가족사진을 남기기 위해 다양한 포토존 앞에 섰다. 산수유꽃은 멀리서 보면 안개처럼 부드럽고, 가까이서 보면 별처럼 섬세했다.

      노란 꽃길 따라 걷는 힐링 산책

      사랑공원 옆 산책로는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특히 인기였다. 오르막은 낮고 경사도 완만해 유모차도 쉽게 이동 가능했고, 길 양옆으로는 산수유 나무들이 도열해 있었다. 꽃잎이 떨어져 만든 노란 양탄자를 밟으며 걷는 느낌은 단순한 ‘산책’ 이상의 힐링이었다. 길 곳곳에는 ‘봄을 담은 시’가 적힌 팻말이 설치되어 있었고, 정자와 벤치도 곳곳에 배치돼 있어 발길을 멈추고 감상에 젖기에 충분했다. 아이는 나뭇가지 사이로 드론처럼 찍겠다고 스마트폰을 들고 신나게 사진을 찍었다.

      구례 산수유꽃 축제 후기 - 봄의 문을 여는 노란 풍경

      체험 부스 탐방 - 산수유차부터 꽃부채 만들기까지

      공원 한편에는 전통문화 체험 부스가 운영 중이었다. 우리는 ‘산수유차 만들기’ 체험에 참여했다. 직원이 설명해주는 대로 말린 산수유 열매를 뜨거운 물에 우려냈는데, 상큼하면서도 달큼한 향이 입안에 퍼졌다. 아이는 “이건 레몬보다 맛있다”며 두 잔이나 마셨고, 옆자리에서는 커플이 서로 만들어준 차를 마시며 웃고 있었다. 이어서 참여한 ‘꽃부채 만들기’ 체험도 인상 깊었다. 빈 부채에 산수유꽃 스탬프를 찍고, 물감으로 자신만의 무늬를 그리는 체험은 창의력을 자극했고, 결과물은 예쁘게 포장해 가져갈 수 있었다.

      로컬푸드와 먹거리 즐기기 - 봄 입맛 깨우기

      점심시간, 공원 주변에 마련된 로컬푸드 장터로 향했다. 이곳은 구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형 부스로, 산채비빔밥, 메밀전병, 산수유 음료 등 지역 향토음식이 풍성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산채비빔밥과 산수유 막걸리. 비빔밥에는 직접 채취한 고사리, 취나물, 곤드레 등이 올려졌고, 고추장도 집된장의 구수함이 살아 있었다. 산수유 막걸리는 예상보다 부드럽고 달콤했으며, 특유의 향긋함이 식사와 잘 어울렸다. 가격도 1인분 8,000원 내외로 착해서 만족스러웠다.

      산수유 군락지 탐방 - 노란 정원 같은 마을

      식사 후 우리는 산동면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이 마을에는 수십 년 된 산수유 나무들이 마을 담장을 따라 늘어서 있었고, 골목마다 꽃이 흘러넘쳤다. 특히 ‘산수유 고목길’은 수령 100년 이상의 나무들이 터널처럼 이어져 있는 명소였다. 꽃잎이 떨어지는 그 길에서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췄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이어 들렸다. 봄이란 계절이 단순한 변화가 아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말랑해지고, 숨결이 길어졌다.

      기념품 구매 - 정성이 담긴 봄의 선물

      축제장에는 기념품 부스도 운영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산수유청, 산수유차, 산수유 발효식초, 천연비누, 손수건 세트 등 다양한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시음 코너에서 맛본 산수유청은 새콤달콤하면서도 건강한 느낌이 들었고, 직접 맛본 산수유 비누는 손에 촉촉한 잔향을 남겼다. 우리는 부모님께 드릴 산수유 발효차 세트와 아이를 위한 산수유 사탕을 구입했고, 친절한 판매자와의 대화 속에서 구례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꽃우체통 편지쓰기 - 마음을 전하는 봄의 행사

      마지막으로 참여한 이벤트는 ‘산수유 꽃우체통 편지쓰기’였다. 축제 사무국이 마련한 이 코너에서는 노란 꽃잎 무늬가 인쇄된 엽서에 직접 메시지를 써서 꽃우체통에 넣으면, 봄이 끝날 무렵 편지를 발송해주는 행사였다. 아이는 “할머니에게 꽃을 보내고 싶어요”라며 귀여운 그림과 함께 편지를 써 넣었고, 우리는 봄날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서로에게 짧은 한마디씩을 적었다. 계절이 지나도 기억될 수 있는 작고 따뜻한 이벤트였다.

      구례에서 만난 가장 따뜻한 봄

      구례 산수유꽃 축제는 단지 꽃을 보기 위한 축제가 아니다. 가족, 사랑, 자연, 그리고 시간이 어우러지는 공간이었다. 하루 동안 체험한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 냄새’ 나는 축제라는 인상이 강했다. 아이는 집에 오는 차 안에서도 “내년에도 꼭 다시 가자”고 말했고, 남편은 찍은 사진을 보며 “이런 게 진짜 여행이지”라며 웃었다. 전남 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구례 가볼만한 곳을 찾는다면 이 축제는 그 어떤 추천보다도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