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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이 살랑이던 10월 중순, 우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축제를 찾았다. 바로 강원도 정선에서 해마다 열리는 정선 아리랑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선 아리랑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이 축제는 전통 음악과 공연, 거리 행렬, 체험 행사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어 지역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려든다. 나 역시 아리랑의 선율을 좋아해 이번에는 직접 그 현장에 몸을 담가 보기로 했다.
정선 아리랑센터 - 축제의 심장부
축제는 정선읍 아리랑센터 일대에서 펼쳐진다. 이곳은 정선 아리랑의 기록, 악보, 음원, 연구 자료 등이 보관되어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축제 기간 동안 각종 전시, 공연, 체험 행사가 열리는 핵심 장소다. 도착하자마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자원봉사자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포토존으로 안내했고, 대형 ‘아리랑’ 조형물 앞에서는 줄 서서 인증샷을 남기는 풍경이 이어졌다.
전통 아리랑극 - 감정을 울리는 소리의 무대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정선 아리랑극이었다. 공연은 아리랑센터 대공연장에서 실내 무대로 진행되었으며,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몰입감이 뛰어났다. 배우들은 전통 창극 형식으로 무대를 이끌었고, 대사보다는 정선 아리랑의 가락을 통해 감정을 전달했다. 반주로는 대금, 해금, 장구, 피리 등 국악기가 사용되어 공연 내내 정서를 자극하는 선율이 이어졌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에 집중했고,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외 공연 마당 - 관객과 무대가 하나 되는 순간
공연 후에는 야외 마당으로 이동해 탈춤, 농악, 마당극 등 열린 무대를 관람했다. 이 무대는 지역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더욱 따뜻한 느낌을 줬다. 특히 초등학생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정선 아리랑을 부르던 장면은 관람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잔잔한 가을 바람과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감동을 자아냈다.
거리 퍼레이드 - 정선이 하나 되는 시간
정선 아리랑제의 또 다른 백미는 거리 퍼레이드다. 정선 전통시장부터 아리랑센터 앞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전통 복장을 입은 시민들과 예술단체가 함께 행진하며 아리랑 선율에 맞춰 춤을 추고 흥을 돋운다. 나도 그 행렬을 따라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렸고, 참가자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경험이 인상 깊었다. 특히 탈을 쓴 무용수들이 아리랑 리듬에 맞춰 군무를 펼치는 장면은 한 편의 작품 같았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전통 체험부스와 아리랑 이야기관
퍼레이드 후에는 아리랑 이야기관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정선 아리랑의 기원, 채록 과정, 민속적 의미 등을 시청각 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어 교육적 가치가 컸다. 특히 100여 년 전 기록된 아리랑 악보를 복원한 전시물이 인상 깊었고, 입체 음향으로 구성된 ‘아리랑방’에 들어가면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다양한 아리랑 버전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바로 옆 체험 부스에서는 아리랑 노래 따라 부르기, 민속놀이(제기차기, 굴렁쇠 굴리기), 한복 입고 사진 찍기, 전통매듭 팔찌 만들기 등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콘텐츠가 풍성했다. 아이는 굴렁쇠에 도전하며 “이거 옛날 사람들 진짜 했어요?”라고 물었고, 체험 도우미는 웃으며 “너도 옛날 사람이야 오늘은”이라며 아이와 함께 굴렁쇠를 굴려 주었다.
먹거리 장터와 지역 특산물 판매존
축제의 또 다른 즐거움은 바로 먹거리. 아리랑센터 인근에는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부스들이 줄지어 운영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메뉴는 곤드레밥, 감자옹심이, 정선 황기차, 메밀전 등 강원도의 향토 음식들이었다. 우리는 곤드레밥 정식을 주문해 나물향이 가득한 건강한 점심을 즐겼고, 후식으로는 오미자청이 들어간 감자전과 직접 내린 황기차를 마셨다. 가격도 착하고, 정갈하게 담긴 음식에서 정선 사람들의 정성이 느껴졌다.
축제의 마지막 - 아리랑 대합창
축제 마지막 날에는 정선 아리랑 대합창이라는 메인 이벤트가 열린다. 지역 주민, 예술가, 관광객이 함께 모여 대형 무대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르는 이 행사에서는 그야말로 '모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된다. 나는 관람석에 있었지만, 어느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고, 아이도 옆에서 자연스럽게 후렴을 반복했다. 노을이 깔리는 무렵 수천 명이 하나 되어 부른 ‘아리랑’은 단순한 노래가 아닌, 그날의 감정을 완벽히 집약한 메시지였다.
전통의 현재화를 경험한 날
정선 아리랑제는 단순한 문화 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 민족의 정서, 역사, 삶이 담긴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중심으로, 전통 공연과 체험, 음식, 주민 참여가 유기적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하루 동안 웃고, 배우고, 울컥하고, 다시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선 가볼만한 곳이나 가족 전통문화 나들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축제는 머뭇거릴 필요 없이 선택해야 할 장소다. 내년에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축제, 그리고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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